지금 지도하고 있는 재수생 나래가 이번 7월 모의고사에서 수학 2등급을 받았다.
올 2월달부터 지도했던 아이인데
작년 수능에 5등급을 맞았을 정도로 수학이 유난히 부족했던 아이였다.
나는 늘 그랬듯,
무조건 하루 세시간 자습을 주문했고,
나래는 정말 그걸 거의 빠짐없이 잘 해냈다.
(기본적으로 여학생들이 더 말을 잘 듣기도 하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보다 시간을 전적으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어 더 수월하기도 했다.)
방심하지 말고 수능때까지 계속해서 이렇게만 하면
더 점수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아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나래처럼 정말 착실히 공부에 전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현실들도 파다하다.
고3때 내 친구 한 녀석이
한양대 공대에 합격을 했었다.
평소 그의 점수를 생각하면 그건 충분히 좋은 일이었다.
예상보다도 좋은 대학에 붙은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건지,
그의 부모님은 재수를 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길 권하셨다.
아마 당신들도 몰랐을꺼다. 그런 욕심이 들 줄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판단일 수도 있다.
1년을 더 공부하는데 점수가 더 잘 나오는게 당연한것 아닌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재수때 한양대보다 훨씬 낮은 점수의 대학을 가게 되었고,
한양대 붙었던 기억을 가진 그 친구는
당연히 다시 한번 삼수에 도전했지만
그보다 겨우 약간 높은 점수의 대학으로
신입학을 하고 군대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들은 정말 너무나 많다.
재수하면 더 잘 나오는게 당연해 보이나,
현실은 정말 그렇지 못하다.
착실히 공부를 해도 더 잘 나올지가 불확실한데,
술, 연애에 빠지게 되는 경우 역시 꽤 많아
경험상 성적이 더 잘나오는 확률은
동전의 앞뒷면 나오는 확률처럼 반반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학생들에게 반수를 권한다.
그럼 공부를 1년동안 제대로 못하고 등록금 한학기 내니 손해 아니냐고들 하는데,
1월달부터 재수학원에 한달 백만원 넘게 들여 학원 다니며
수능때까지 풀죽은 시레기처럼 힘없이 공부하느니
대학 다니면서 학기중 간간이 공부하다
대학 방학하는 6월달부터 수능까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자각하고
빡세게 집중해서 공부하는게 훨씬 낫다.
대학 생활도 경험해보고,
설령 수능봐서 점수가 더 안나와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
수능때 지나친 긴장도 피할 수 있고,
자신이 다니던 대학이 별로였다면 그 또한 경험해봤으니,
반드시 이번엔 다른학교로 가야한다! 라는 전의도 본의아니게 살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세상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아는 첫 관문이
바로 대학입시일 것이다.
재수도 그와 같다.
누구나 다음엔 당연히 더 잘 나올줄 알고 노량진이나 강남의 큰 학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바람대로만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