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의뢰를 받아 상담 미팅을 가면
가끔 "어마어마한" 양의 선행을 마치거나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선행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아이가 원해서 혹은 어머님이 원해서.
(재밌게도 아버님이 원해서는 단 한번도 없었다. ㅎㅎ)
수학을 이미 너무 잘해
고2, 고3형들이 뭘 배우나 궁금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행을 마구마구 해달라는, 정말 과학고 학생 급의 중학생도 있었고,
단지 주변 친구들이 선행을 다 하니까 조급한 마음에
선행을 원하는 아이도 있고,
까페에서 어머님들끼리 대화를 나누다보니
누구네 아이는 이미 어디까지 했더란 소식을 듣고
질 수 없다는 생각에,
혹은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들이 마구마구 선행불안을 조장해서
선행을 원하시는 어머님도 있다.
(목동, 강남처럼 교육열 높은 곳이 주로 그렇다.)
위 유형들 중, 아이는 별 생각이 없는데 어머님이 등을 떠밀어서
"과도한" 선행을 하는것이 문제가 된다.
"과도한"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년 너머의 선행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이제 고등학교 입학하는 아이가 미적분 1 이상을 보는 정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아이라면,
미적분1은 커녕 분명 수1, 수2도 깊이있게 끝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 미적분 1을 해봐야
깊이 있는 문제 풀기도 힘겹거나 불가능하므로
정말 맛만 보고 유형별로 쉬운 문제 몇 개를 풀고 지나갈 뿐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시간에
바로 다음학기에 배울 수1만 가지고
반복해 학습하면서 점차 수준을 높여 깊게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럼 당연히 저 둘을 혼합한 공부를 추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음학기 부분을 심도있고 빡세게 시키면서
1년 이상 후의 과정도 "맛배기"로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맛배기"는 어머님의 뜻이다. 아이는 힘들어도..)
아이가 원해서 하는 경우는 뭐라고 할 말 없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아이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저렇게 다음학기도 하고, 먼 후의 선행도 하는 어마어마한 공부의 양은
아이한테 고스란히 부담으로 짊어져진다.
상위권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하루 1~2시간은 수학 공부를 매일 해야 하므로,
(수업을 제외한 "자습" 기준)
저정도 하이브리드 학습을 하면 수업에 과제에..
못해도 하루 4~5시간을 수학에만 매달려야 한다.
이제 고1 올라가는 아이가 방학때 수학만 하루 5시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데,
타고난 공부 체질이 아니고서는,
이런 과중한 로드(load)로 오래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능은 고3 끝무렵.
어떻게 보면 상당히 긴시간으로,
마라톤 하듯이 가야 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전력질주를 미리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느정도가 적당한 선행일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바로 "다음 학기" 선행정도만 방학 때 해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선행을 아예 안하는 것 또한 비추다.
학기 중에 진도 따라가고 상위권을 점하는게 매우 어려워진다.)
어차피 1년 이상의 선행을 해봐야
정말 중요한 공식 같은거 몇 개 빼고는
해당 내용을 시험보는 학기 직전에 가서 보면 90프로 이상 까먹어서
선행을 하지 않은 아이와 큰 차이도 없다.
그럼 약간의 차이는 있지 않느냐고?
당연히 책 한자라도 더 보고 가는것이니 조금은 더 알고 있다. 조금은.
그런데 거기 소요되는 시간, 아이의 과중한 부담, 비용 등을 종합해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이고,
그 이익이라는 것은
해당 학기 직전 방학때 집중해서 하루 2~3시간의 학습만 하면
단숨에 앞서 나갈 수 있는, 정말 조그마한 이익에 불과하다.
바로 다음학기의 선행만 해도
아이들이 까먹지도 않고,
불필요한 아이의 부담과 고통도 없고,
불필요한 사교육 비용도 절감되는 것이다.
적당히 놀고 쉬는것도 잘 하면서 공부 하는 아이가
결국은 꾸준히 오래 가게 된다.
수능은 마라톤!